『물난리현장보다 국회가 우선인가?』

  • 입력 1999년 8월 3일 23시 27분


중부지방에 나흘째 집중호우가 계속된데다 제7호 태풍 ‘올가’까지 한반도에 상륙하는 바람에 온 국민은 3일 하루종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전국의 재해상황을 총괄 지휘해야 하는 중앙재해대책본부장인 김기재(金杞載) 행정자치부장관은 이날 오후 내내 대책본부를 비웠다.

또 대책본부에는 상황실장인 행자부 권형신(權炯信)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수해상황 및 대책’을 보고하기 위해 비상 근무령이 내려진 가운데 국회에 간 때문이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부르면 장관이 가지 않을 수 없다”며 “나머지 대책반의 실무 인력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업무에 별다른 지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본부의 공무원들은 “시시각각 인명과 재산피해가 늘어나는 긴급상황을 지휘하는 것이 의원들에게 보고하는 일보다 더 급한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은 또 “재해가 발생하면 실제로 재해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업무보다는 ‘높은 분’께 보고 준비하는 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며 “인터넷으로 재해상황을 게재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국회의원들이 바쁜 장관을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은 김장관과 권본부장을 이날 오후 내내 국회 본회의장에 불러놓고 수해대책에 대한 질의보다는 내각제 연기 등 정쟁(政爭)에 관한 질의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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