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수사 뒷얘기]수사본부, 총장지휘 안받고 활동

  • 입력 1999년 7월 28일 19시 35분


‘파업유도’사건 수사는 검찰 역사상 ‘최초’ 기록들을 많아 남겼다. 수사주체인 특별수사본부가 검찰총장의 지휘도 받지 않고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전례없는 일이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기본적인 수사상황은 챙겨야 한다”는 측근들의 권유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을 생각이었다면 수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대검 간부가 전했다.

이훈규(李勳圭)수사본부장도 수사기간 내내 구내식당만을 이용했으며 구내 식당에서 우연히 검찰 간부들과 마주쳐도 자리를 피했다.

대검 중수부 과장과 지검 차장 등 검찰 핵심인사들이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것도 처음있는 일. 파업유도 당사자인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은 파업유도 수사보다도 계좌추적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두직전 외부인사에게 자신에 대한 계좌추적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에 출두하자마자 수사검사에게 “계좌추적은 왜 하느냐” “나온 것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진전부장은 줄곧 혐의를 부인했는데 검사가 “이제 사실을 인정하시죠”라고 ‘애원’하다시피 하자 “하 참, 내 말을 왜 안믿어주지”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수사관계자가 전했다.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은 진전부장에 대해 연민의 정을 표시하면서도 “그 사람 입이 가벼워 언젠가 사고 일으킬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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