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수사 뒷얘기]「타잔절도」수법 복역중 배워

  • 입력 1999년 7월 26일 16시 49분


탈옥범 신창원(申昌源·32)이 경찰에 검거된지 26일로 만 열흘이 지났다. 경찰수사도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신의 강절도 범행은 97건,피해액만도 6억원에 달한다.수사기록 역시 엄청나다.신문조서와 피해자 진술조서만 1만여쪽에 경찰이 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서까지 포함할 경우 5만쪽에 이른다.신의 수사 뒷얘기를 모아본다.

▼타잔 절도 ▼

아파트나 빌라의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해 도둑질하는 수법을 범죄세계에서는 ‘타잔 절도’라 부른다. 신은 89년 서울 성북동에서 발생한 강도살인사건의 공범으로 붙잡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복역하면서 동료죄수로부터 타잔절도 수법을 배웠다.

그러나 탈옥한 후에도 한동안은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으로 고층을 타지는 못하다가 97년 하반기 3층짜리 빌라를 턴 후부터는 점차 층수를 높여갔다는 것.

한편 당초 고급주택만을 턴 것처럼 알려진 신은 경찰조사결과 90%이상이 서민주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랑한 여자 ▼

신은 검거직전 동거한 김모씨 등 도피과정에서 6명의 여자와 사귀었다.그러나 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이 정작 사랑한 여자는 89년 강도살인혐의로 검거되기 직전 사귀었던 이모씨라는 것.신의 첫사랑인 이씨는 신이 탈옥하기 직전 결혼했으며 현재 서울 송파구에서 살고 있다.

신은 탈옥후에도 이씨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점과 잘못하면 검거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감안했던 듯 도피과정에서 이씨 근처에선 얼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수사관계자는 “신은 동거녀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일주일 가량은 동거녀가 외출할 때마다 반드시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언론에 민감 ▼

신은 언론에 매우 민감했다.신은 도피과정에서도 꼭 9시 뉴스는 청취했다.신문도 가능한 한 꼬박꼬박 읽었다.

신은 검거이후 조사과정에서도 수사관들에게 “밖에 기자가 많이 와 있느냐”고 묻는 등 언론에 자신이 어떻게 비쳐질지에 매우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고 경찰관계자는 밝혔다.

신이 일기를 쓴 것도 언론을 의식해서라는 것.경찰은 특히 “신이 보통의 일기장과는 달리 첨삭을 통해 자신의 일기를 개작(改作)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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