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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4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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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 여러분, 오늘부터 꽃게 어장에 대한 출입이 전면 허용됐습니다.”
14일 오전 7시반경 인천 옹진군 송림면 연평도.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시작된 스피커 방송을 통해 연평도어민회 신승원(申承元·62)회장이 군당국의 조업허용 방침을 거듭 알렸다.
“이제 꽃게를 잡을 수 있게 된거냐?” “어휴, 숨통이 틔었다.”
어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을씨년스럽게 부두에 정박해 있던 꽃게 어선 주변에 어민들이 모여들었다. 갑작스러운 발표로 준비가 덜 돼 14일의 조업은 대부분 포기했지만 그물을 손질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꽃게잡이 어선 영신9호의 선장 곽용근씨(40)는 “이 상황이 며칠만 더 계속됐어도 연평도 꽃게잡이 어민들은 금년 생계를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며 즐거워 했다.
그물을 손질하던 김기환씨(28)도 “일주일 동안 좀이 쑤셔 혼났다. 이제야 그물 가득히 꽃게를 잡아올리던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조업재개 발표 이후에도 불만을 표시하는 어민도 적지 않았다.
출어를 준비하던 장정선씨(35)는 “이미 수천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조업이 재개돼 다행이지만 그동안의 손해가 너무 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이달말 까지로 제한돼 있는 꽃게잡이 기간을 1주일간 더 연장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조업연장 서명을 받고 있다.
연평도는 그동안 조기어장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요즘은 꽃게어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대연평도 498가구 소연평도 43가구 등 총 541가구 1300여명. 바지락 자연산굴 등을 채취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꽃게잡이가 이 섬의 주소득원.
인천면적의 73% 규모에 달하는 연평어장(700여㎢)은 연평도 남쪽에 피라미드형으로 지정돼 있다. 꽃게잡이 어선 54척은 연평어장내에서만 조업을 할 수 있다. 어선들은 7t안팎의 소형으로 꽃게 황금철인 요즘 어선당 하루 2∼3t의 어획고를 올릴 때다. 연평지역에서만 연간 2400여t의 꽃게가 잡힌다.
〈인천·연평도〓이완배·박희제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