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창 통폐합 3大의혹 증폭…시민단체 진상조사결과

  • 입력 1999년 6월 10일 00시 19분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검공안부가 주재했던 공안합동수사본부 실무자회의 직후 조폐공사측 입장이 급선회한 것으로 9일 밝혀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조폐공사의 강희복(姜熙復)사장은 조폐창 통폐합에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데다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옥천조폐창과 경산조폐창의 통합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조기통폐합 배경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시민단체조사결과 ■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4개 단체가 참여, 올해 2월 한달동안 옥천조폐창 폐쇄 과정을 현장조사한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공사측은 지난해 9월18일 대검공안부 주재로 열린공안대책회의 직후 180도 입장을 바꿔 갑자기 조폐창 조기통폐합안을 내놓았다는 것.

이날 열린 공안대책회의에서는 “강성인 조폐공사노조가 상습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며 공권력 투입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했던 박석운(朴錫運·44)노동정책연구소장은 “공사측은 노조의 계속된 요구에도 임금체불문제를 해결하지 않다가 9월 23일경 갑자기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한 뒤 24일 돌연 그동안의 공사측 입장과 정반대되는 조기통폐합안을 들고 나왔다”면서 “공사측의 입장이 워낙 엉뚱해 당시에도 다른 ‘뒷 배경’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 해고자 복직문제로 두차례 강희복사장을 단독면담했던 김행림노조부위원장은 “당시 강사장이 ‘나 혼자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 위에서 결정한 일이어서 내가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며 ‘외압’내지 ‘조율’이 있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강사장은 이에 대해 “노조간부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같은 말을 한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함께 진 전대검공안부장이 7일 일부 기자들에게 “노조가 너무 일찍 손을 들고 나와버려 싱겁게 끝났다”고 한 발언과 같은 내용의 말을 공사간부들이 여러차례 했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파업유도’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경부 입장 ■

당시 조폐공사의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조폐창 통합에는 4년10개월이 소요된다”며 조기통폐합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폐공사는 민간연구소인 한국산업경제연구원에 의뢰, 작성해 기획예산위에 제출한 ‘경영혁신안에 대한 검토의견’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옥천창을 경산창에 통합할 경우 설비 이전에만 8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비해 옥천창 매각대금은 30억원 정도에 불과해 자금조달이 곤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검찰 해명 ■

이에 대해 대검은 "98년 9월 18일 공안사범 합동수사본부 실무회의가 열린 것은 사실이나 조폐공사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강경대응 방침이나 조폐창 통폐합을 대안으로 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송평인·정용관·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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