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 임금 「빈부격차」…독립경영따라 붕괴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31분


그룹내 계열사간 ‘임금 평준화’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같은 그룹 간판을 달고 있는 계열사들끼리는 직원들의 급여를 어느정도 비슷한 수준에 맞춰왔던 게 지금까지의 관례. 그러나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강조되고 성과급 지급이 보편화되면서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과 부진한 기업간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올해 그룹내 다른 제조업체에 비해 얇은 월급봉투를 받고 있다. 과장급의 경우 같은 연차의 현대정공 과장급보다 연봉기준 3백만∼4백만원 가량 적은 수준.

현대측은 올해 그룹 전체적으로 계열사간 임금 편차가 작년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의 한 직원은 “지금까지는 ‘한식구’끼리 월급도 비슷해야 한다고 여겨 이익을 많이 낸 회사라도 다른 회사 눈치를 살피느라 마음놓고 월급을 못 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장이 붙어있는 울산 지역의 경우 으레 ‘옆집’과 비슷한 임금 조정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눈치보기’가 사라지고 있다.

현대 박세용(朴世勇)구조조정본부장은 “그룹이란 개념이 사실상 없어진 마당에 다른 계열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같은 계열사라도 임금차가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차이가 더욱 심하다. 몇년전만 해도 후한 계열사와 ‘짠’ 계열사간 월급 차가 10만∼20만원선. 그러나 올해는 최고―최저간 격차가 30∼35%로 벌어졌다.

대우 LG 롯데 등도 ‘그룹내 임금 동일체’ 원칙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기는 마찬가지. 그룹마다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임금차 때문에 계열사간 이동도 어려워졌다. 삼성의 한 직원은 “월급이 많은 계열사에서 적은 기업으로 이동하는 건 쉽지만 그 반대쪽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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