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서 잠적 北외교관 부부,北요원에 납치됐다 탈출

  • 입력 1999년 3월 11일 08시 20분


태국산 쌀 구입과 관련해 횡령 혐의를 받게 되자 지난달 19일 잠적했던 전 태국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홍순경씨 일가 3명이 북한 공관원들에게 납치됐으나 홍씨 부부는 탈출했다.

태국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북한 공관원들은 9일 오후 방콕에서 은신중이던 홍순경씨와 부인 표영희씨, 아들 원명군을 붙잡아 2대의 밴으로 납치했다. 그러나 방콕 동북부 2백60㎞ 지점인 나콘 라차시마주(州) 고속도로에서 차 1대가 전복되자 홍씨 부부는 탈출했고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원명군은 북한 공관원들에게 붙잡혀 갔다. 홍씨 부부는 차 안에서 북한 공관원들과 싸우다 부상했다. 현지경찰은 홍씨 부부의 신병을 보호하며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태국당국은 북한측이 태국 안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 반발, 이번 사건이 북한과 태국의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홍씨는 10일 방콕주재 유엔지부에 제삼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수린 핏수완 태국 외무장관의 비서 옹 아치 클람파이분이 밝혔다. 태국주재 한국대사관은 “홍씨 본인의 자유의사가 존중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태국정부에 전달했다.

북한 공관원들은 홍씨 일가를 라오스를 거쳐 평양으로 붙잡아 가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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