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뭉치자 재벌도 뭉쳤다…삼성전자등 5개社

  • 입력 1999년 3월 1일 18시 30분


‘3월20일의 혈투(血鬪).’

소액주주 운동의 ‘기수’ 참여연대와 5대재벌사간의 주주총회 대결이 20일 일제히 열려 올 주총전쟁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연출될 전망이다.

소액주주 운동의 최대 타깃인 삼성전자가 이달 20일 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 LG반도체 ㈜대우 SK텔레콤 등 4개사도 같은 날 주총을 열 것을 추진중이다. 소액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참여연대는 이들 4개사에 대해 그동안 정관개정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공격이 예고되어 온 업체들. 이들 5개사가 한 날 주총을 열려는 것은 물론 참여연대의 전력을 분산시켜 주총을 무난히 넘기려는 저의로 분석된다.

▽삼성의 복안〓삼성은 전자 외에도 주력 계열사 주총을 대부분 20일 개최할 계획. 계열사들의 삼성자동차 자금지원 외에도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재용(在溶)씨의 계열사 지분매입 등도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또 이날이 토요일인 데다 일요일자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다는 치밀한 계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총장소로는 서울 중구 태평로 그룹 본관이나 삼성생명 사옥이 유력하다. 삼성 관계자는 “참여연대측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파악되면 시외곽으로 행사장을 옮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국투자기관이 변수〓삼성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돌발변수는 외국투자가 움직임. 소액주주운동의 대부로 떠오른 참여연대 소속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는 최근 외국투자가들과 접촉한 뒤 “올해 주총을 기대하라”고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총에서 장교수 등의 내부거래 폭로전에 대비하지 못해 무려 13시간동안 끌려다니는 수모를 당했었다.

삼성 주력사들의 외국인 지분은 50%안팎. 참여연대와 외국투자가들이 손을 잡으면 주총장은 파란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은 이를 의식해 외국투자가들에 모종의 ‘당근’과 ‘채찍’성 제안을 함께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 그룹은 느긋한 편〓참여연대가 1월14일 공격목표로 정한 나머지 그룹 계열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이미 참여연대 요구를 일부 수용, ‘예봉’을 피할 수 있다고 자위하는 분위기.

현대중공업이 기아자동차 지분인수를 포기한 데다 SK텔레콤은 감사위원회와 스톡옵션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들 주총에도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족벌경영의 폐해를 지적하고 소액주주의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 홍역을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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