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 화합경영 IMF 극복 「고려아연」-「(주)삼탄」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비철금속 제련을 전문으로 하는 고려아연㈜은 지난해초 회사 설립 24년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IMF삭풍’이 고려아연에도 예외없이 불어닥친 것. 치솟는 환율로 원자재값은 급등했고 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긴급 처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자연스럽게 인원 감축 문제가 대두됐다. 회사측 진단 결과 종업원 9백여명 가운데 1백명 가량을 내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종업원들의 반발.

그러던 중 5월초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노동조합이 “임금조정을 무조건 사측에 일임하는 것은 물론 수당 삭감을 감수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한 것.

회사측으로서는 조였던 숨통이 일순간에 풀리는 제안이었다. 이제안을바탕으로노사는 △임금을 일정액 삭감하고 △3조3교대 근무를 4조3교대 근무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인원 감축을 20명선으로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최창근(崔昌根)사장은 “노조가 자발적으로 용단을 내려준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조한제(趙漢濟)노조위원장은 “모든 기업이 위기를 겪는 현실을 종업원들이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노사협력 분위기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7천6백억원, 당기순이익 6백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97년보다 20% 늘어났으며 당기순이익은 무려 2,000% 증가한 비약적 성장이었다.

고려아연은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2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보람의 일터 대상’ 시상식에서 대기업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중소기업부문 대상을 받은 ㈜삼탄(대표 허석·許碩)도 남다른 노사협력 분위기를 자랑한다. 광업 회사로는 드물게 90년 이후 무분규를 기록중이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성이던 노조가 ‘대립보다는 협력이 회사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80년대말부터 인식했던 것.

석탄산업 사양화로 불가피하게 고용조정을 실시할 때는 노조가 나서서 사측의 입장에 협력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종업원의 20% 가량을 줄일 때 노조가 1백여명을 희망퇴직시키는데 협조한게 대표적인 사례.

한편 이날 중소기업부문 최우수상은 △노사협의회 활성화 △다양한 복지후생제도 실시 △근로자 제안제도 도입 등으로 노사화합을 이끌어낸 절삭공구 제조업체 한국OSG㈜(대표 정태일·鄭台一)에 돌아갔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