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학년도 대입논술/고려대]

입력 1999-01-08 11:59수정 2009-09-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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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에서 뽑은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논제: 예시문에 나타난 사제와 갈릴레이의 견해를 밝히고, 이러한 견해가 현대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작성요령 1) 논제와 성명은 쓰지 말 것. 2)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안팎(±100자)이 되게 할 것

(갈릴레이와 사제는 교황청의 지원 아래 천문학을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목성의 위성과 금성의 위상에 관한 새로운 지식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당시의통념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

사제: 갈릴레이 선생님, 사흘밤 동안 저는 한잠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읽어온 교황청의 법령과 제 눈으로 본 목성의 위성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미사를 드리고 선생님을 방문하기로 결심했지요.

갈릴레이: 목성에는 위성이 없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인가요? 사제: 아닙니다. 저는 법령의 지혜를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법령은 억제를 모르는 지나친 연구 안에 도사린, 인류에 대한 위험을 드러내 보여주었지요. 그래서 저는 천문학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한 천문학자로 하여금 특정한 이론을 확장하는 일에서 등을 돌리게 만든 동기만은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갈릴레이:그런 동기야 나도 익히 알고 있다고 말씀드려야겠소. 사제: 선생님의 노여움은 이해합니다. 교회의 저 엄청난 권력수단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 것이겠죠.

갈릴레이: 맘놓고 고문 기구라고 말하시오.

사제: 그렇지만 저는 다른 이유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하지만 제 개인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캄파냐에 있는 농부의 아들로 자라났지요. 그 곳 농부들은 소박한 사람들입니다.그들은 올리브 나무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지만 그 밖에는 아는 게 별로 없지요. 금성의 위상을 관측하면서 저는, 누이동생들이랑 난롯가에 앉아 치즈 요리를 먹는 저의 부모님을 눈앞에 떠올렸습니다. 수백년 동안 연기로 새까맣게 그을린 그들 머리 위의 대들보며 밭일로 쭈글쭈글해진 그들의 손, 그 손에 쥐어진 숟가락까지 똑똑히 그릴 수 있습니다. 그들이 비록 복된 삶을 누리진 못하지만, 그들의 불행 속에도 일정한 질서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땀방울을 떨어뜨리며 바구니를 끌고 돌길을 올라가는 힘, 어린애를 낳는 힘, 그리고 먹는 기운까지, 그들은 어디서 그런 힘을 길어내는지 아십니까? 땅을 볼 해마다 새로이 푸르러지는 나무들과 작은 교회를 볼 때, 성경말씀에 귀기울일 때, 그들은 이 세계가 영원하고 필연적임을 느끼면서 힘을 얻습니다. 배려하면서 걱정스러운 듯 보살피는 하나님의 시선이 머리 위에 머물러 있다는 확신이 그들에게 있는 겁니다. 또한 그들은 세계극장이 그들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어서 크든작든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만일 제가 그들이 서 있는 곳은 허공에서 다른 별 주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한낱 작은 돌덩위 위라고,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 실로 아무 것도 아닌 별 위라고 말한다면, 저의 가족들은 뭐라고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를 굽어보는 눈길은 없구나'하고 그들은 말하겠지요. `우리는 무식하고 늙고 착취당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주위를 도는 별을 갖지도 못하고 전혀 홀로 서 있지 못한작은 별 위에서 비참하고 세속적인 일 외에는 아무도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부과하지 않았단 말인가! 우리의 곤궁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렇게 말하겠지요? 제가 교황청의 법령에서 일종의 어머니 같은 고귀한 궁휼을, 위대한 자비심을 읽어낸 연유를 이제 아시겠습니까?

갈릴레이: 자비심이라! 보아하니 당신은, `그들이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포도주는 떨어졌고 그들의 입술은 말랐다' 그런데도 그들더러는 `신부의 법의에 입맞춤이나 해라' 이런 생각이시군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들에겐 아무 것도 없습니까? 왜 이 땅의 질서는 텅 빈 금고(金庫)의 질서 뿐이며, 이 땅의 필연성은 죽도록 일하는 것 뿐이오? 무성한 포도원 사이에서, 밀밭을 바로 옆에 두고서! 자비심 깊은 예수님의 대리인이 스페인과 독일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비용은 당신의 캄파냐 농부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왜 그 대리인이 지구를 우주의 줌심점에다 갖다놓을까요? 베드로의 교권이 지구의 중심에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문제는 베드로의 교권이오. 역시 당신 말도 옳아요. 문제는 별들이 아니라 캄파냐의 농부들이니까. 그런데 당신은 시대가 모금해놓은 그럴 듯한 현상을 들고 내게 온 것이오. 진주조개가 어떻게 진주를 만드는지 아시오? 목숨을 위협하는 병을 앓으면서 참을 수 없는 이물질, 이를테면 모래알 같은 것을 점액낭 속에 품고 있으면서 진주를 만드는 것이라오. 진주가 형성되는 동안 진주조개는 거의 죽어간단 말입니다. 빌어먹을 놈의 진주 같으니라구. 나는 차라리 건강한 굴조개를 택하겠어요. 이것 보시오.미덕이란 곤궁과 묶여있는 게 아니오. 당신의 농부들이 유복하고 행복하다면, 유복과 행복의 미덕을 펼칠 수 있을 것이오. 피폐한 자들의 이러한 미덕은 바로 황폐한 밭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나는 그런 미덕을 사양하겠소. 보시오, 내가 만들어낸 새로운 양수기가 농부들의 우스꽝스럽고 초인적인 고통보다는 더 많은 기적을 행할 수있단 말이오. 내가 당신의 농부들을 속여야 하겠소?

사제: (매우 흥분하며)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더 없이 숭고한 동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불행한 자들의 영혼의 평안이지요.

갈릴레이: 벨라르민 추기경의 마부가 오늘 아침 선물로 여기에 갖다놓은 첼리니의 시계를 좀 보시겠소? 여보시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의 선량한 부모님께 영혼의평안을 드리는 값으로 교황청에서는 내게 포도주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것은 당신의부모님이, 잘 아시다시피 하나님과 같은 형상대로 만들어진 그 얼굴에 땀을 흘리며짜낸 바로 그 포도주란 말이오. 혹시나 내가 침묵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것은 확실히 천박한 동기 때문일 거요. 나 자신의 안락한 생활, 박해를 받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 말이오.

사제: 갈릴레이 선생님, 저는 성직자입니다.

갈릴레이:과학자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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