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高利 年365%,영세민들 울린다…피해자 급증

  • 입력 1998년 12월 8일 18시 47분


‘연리(年利)가 원금의 2,3배.’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서민을 상대로 하는 사채업체들이 살인적인 폭리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사채 피해자들은 대부분 최근 실직했거나 IMF경제난으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영세민들인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말 갑작스럽게 가족의 수술비 3백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H 사채업체를 들렀던 공무원 김모씨(37)는 사채업자가 요구하는 이자율을 듣고 깜짝 놀랐다. 3천3백만원짜리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데도 수수료 20%, 공증료 3%, 열흘 이자 6% 등 원금의 29%를 선불로 요구했던 것. 3백만원을 빌리는데 빌리기도 전에 87만원을 뗀다는 소리였다.

다시 서울 광화문의 S사채업체를 찾은 그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수수료와 공증료는 H사보다 쌌지만 매 열흘마다 이자가 10%로 연간 365%에 달했던 것.

동아일보 취재팀이 8일 생활정보지에 ‘신용대출’, ‘급전’ 등의 광고를 낸 서울지역 소액대출 사채업체 1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확인한 결과 사채업자들은 승용차나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잡고도 원금의 20∼40%를 선금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또 열흘마다 이자가 3.3∼10%로 연이율만도 120∼365%에 달했다. 시중 대출금리의 30배가 넘는 셈이다.

게다가 보통 3개월 단위로 빌려주기 때문에 3개월마다 재계약 수수료와 공증료 등을 다시 물어야 한다.

IMF 이전에도 이들 업체의 이자율은 연간 36∼100%로 시중금리의 7,8배 가량됐으나 지난해말 정부가 법정 상한이자율(연 25%)을 폐지한데다 시중은행의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채이자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것.

그러나 IMF여파로 양산된 신용불량거래자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시중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은 2백30만여명. 성인남자 4명 중 한명 꼴이다.

수원대 김동원(金東源·경제학과)교수는 “돈이 없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악성사채를 빌려쓸 경우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상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기 전에 사채업자 등 사금융을 통제하고 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외국사례▼

[일,고리규제 대금업법 제정 채무자 보호]

일본도 70년대 후반 극심한 불경기때 회사원들을 상대로 한 고리대금업이 성행했으나 일본 정부는 83년 대금업법(貸金業法)을 제정해 불법인 사채업을 금융업의 한 분야로 인정하는 한편 채무자 보호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사채업자의 불법행위가 크게 줄고 사채이자 역시 크게 떨어졌다. 미국은 국립소비자신용재단(NFCC)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소비자신용상담서비스(CC

CS)가 사채업자들의 횡포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사채로 인한 파산위기자를 돕기위한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한 채무자만도 1백80만명. 금융연구원과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의 전문가들이 선진국처럼 사채를 양성화하고 전문 상담기관을 설립하자고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