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소환방침/정치권반응]野 『이회창죽이기』강력반발

  • 입력 1998년 12월 1일 07시 25분


검찰이 ‘판문점 총격요청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소환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정치권에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청와대 총재회담 후 그런대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여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2일이 법정시한인 새해예산안 처리와 경제청문회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한나라당은 30일 이총재에 대한 소환방침이 알려지자 검찰이 날조된 사실로 또다시 ‘이총재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은 이총재의 구술을 받아 한성기(韓成基)씨로부터 북한측에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실을 이총재가 보고받았다는 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한씨가 이총재에게 ‘북한카드’를 보고했다는 부분에 대해 “이총재가 보고서를 받은 바도 없거니와 동생인 회성(會晟)씨도 베이징(北京)에 있던 한씨와 전화통화를 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회성씨도 “그 기간중 한씨가 베이징에 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한씨가 전화를 했더라도 베이징인지 서울인지 알 수가 없었으며 북한카드에 대해 한마디 얘기조차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구부대변인은 한씨가 ‘허위진술’을 한 것은 안기부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문수사로 궁지에 몰린 안기부가 수사관을 서울구치소로 보내 한씨를 면회하고 고문부분을 은폐하기 위해 회유하고 협박한 사실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는 주장이다.

반면 여권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진상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로 인한 정국경색을 우려하는 분위기. 이 때문에 국민회의는 공식적으로 수사 및 재판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면서 언급을 자제했다.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한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검찰수사와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신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임채정(林采正)홍보위원장도 “어느 정파도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일각에서는 “검찰이 하필 이 시점에 이총재 소환문제를 꺼냈는지 모르겠다”며 새해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이같은 사실이 드러난데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설훈(薛勳)기조위원장은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부인해왔던 것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김창영(金昌榮)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북풍공작의 핵심인 한씨의 말은 이총재의 북풍 개입 혐의를 시사하는 중대한 발언이며 누구도 자의에 따른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기대·이원재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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