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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7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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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구·李昌求부장판사)는 26일 조씨에 대한 보호감호처분 재심청구사건 항소심에서 “조씨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조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조씨는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조씨는 이날 밤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16년 전의 진실과 자유인이 된 소감, 앞으로의 계획 등을 털어놨다.
조씨는 먼저 “수사기록이나 소문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마음으로 인간을 보고 판단해준 재판부에진심으로감사한다”고말했다.
‘대도’라는 표현에 대해 조씨는 “수천억원씩 해먹은 사람들이 대도였고 나는 좀도둑에 불과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좀도둑 조세형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이제는 신앙인 조세형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16년 전 재벌과 고위공직자의 집에서 훔친 ‘장물’의 규모가 수사기관에서 축소됐다는 주장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보석류만 마대자루로 4개였지만 당시 수사기관은 2개라고 발표했다”며 “나머지는 어디에선가 빠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검찰공소장에 기록된 피해액 10억원은 자신이 실제 훔친 물건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치안본부와 검찰 고위층이 경찰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액수를 줄이라고 하는 소리를 옆에서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중에는 청와대 간부를 지낸 신모씨, 최대 재벌그룹의 가족, 3공화국 당시 실세였던 S씨 등 재벌과 고위공직자가 많았다”며 “S씨의 집에서 엄청난 금붙이를 훔쳐 녹여서 팔았는데 거기에는 상당수의 문화재가 포함돼 있었고 S씨의 부인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경찰서에서 졸도를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71년 당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집에 들어갔으나 훔칠 것이 별로 없어 은빗과 고급 담배케이스만 가져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탈주범 신창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신창원이 남긴 글을 읽어보니 나와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다”며 “그가 체포되거나 자수하면 반드시 회개시켜 신앙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씨는 청송교도소 수감시절 인연을 맺은 서울 중랑구 면목4동 담안선교회 산하 복지시설인 성애원에서 신앙인으로 새생활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조씨는 82년 고위권력층과 부유층의 집만 골라 11차례에 걸쳐 10억원 상당의 물방울다이아몬드 수표 유가증권 등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5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 재판중이던 83년 탈주에 성공했으나 닷새만에 경찰의 총에 맞고 붙잡혔다. 그는 대부분의 형기를 독방에 갇혀 지냈으나 90년 기독교에 귀의한 뒤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해왔다.
조씨는 징역형 만기 두달을 앞둔 지난해 10월 보호감호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심을 신청했으나 1심 재판부는 “재범의 우려가 크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수형·서정보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