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의지 잃은 노숙자 많다…서울 1,500여명 추정

  • 입력 1998년 11월 3일 07시 24분


노숙자 중 상당수가 자활의지를 잃은 채 부랑인화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마련해준 합숙소에도 들어가지 않고 공공근로사업도 마다한 채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실정. 무료급식과 구걸을 통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는 서울의 경우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닥치기 전 1백명선이었으나 1년만에 2천5백명선(서울시 추정)으로 늘어난 상태다.

현재 서울시는 이들이 노숙자 합숙소인 ‘희망의 집’(69곳)에서 겨울을 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합숙소에 입소한 노숙자는 1천4백50여명. 그나마 이중 30% 정도인 4백74명이 퇴소해 나머지 1천5백명 가량은 계속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서울시가 2일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노숙자 대책 때문. 실직 노숙자와 부랑인을 처음부터 분리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노숙자 대책의 핵심인 숙소 및 공공근로사업을 통한 일자리 제공도 노숙자가 부랑인화되면서 실효성을 잃어 가고 있다. 이들은 서울역 용산역 등지에서 시민단체와 종교단체에서 제공하는 하루 4차례의 무료급식과 구걸을 통한 술값 담뱃값으로 생활하고 있다.

서울역 부근에서 8개월째 노숙하는 김모씨(35)는 “먹고 사는 데 불편이 없는데 합숙소에 왜 가느냐”고 반문했다. 노숙자 박모씨(38)도 “일을 나가 벌어봐야 하루 2만원인데…”라고 말했다.

노숙자 합숙소인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보현의 집’ 사무장 위상량(魏相良·49)씨는 “자활의지가 있는 노숙자와 그렇지 않은 노숙자는 생활과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며 “대책을 따로 세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기·이완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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