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전망]『내년 2% 성장해도 실업21만명 는다』

  • 입력 1998년 10월 14일 19시 41분


우리 경제는 과연 언제쯤 좋아질까. 온 국민의 관심사다.

그러나 많은 국내외 예측기관은 딱 부러지는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정부산하 경제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4일 ‘98∼99년 경제전망’을 발표했지만 이례적으로 두 갈래의 점괘를 내놓았다.

“금융 기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일본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6.4% 감소에서 내년엔 상반기중 경기 저점(바닥)을 통과해 연간 2%의 증가(성장)세로 반전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며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올해 -6.6%에 이어 내년에도 -1.5%의 성장을 기록, 경기회복이 크게 지연될 것이다.”

요컨대 ‘공이 어디로 튈지’에 대한 예측을 포기한 느낌이다. 다만 KDI는 “2대1 정도로 낙관적인 전망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KDI는 설혹 낙관론을 취하더라도 내년의 실업자수는 연평균 1백75만명(실업률 8.2%)으로 올해 평균 전망치(1백54만명, 실업률 7.2%)보다 21만명 늘고 비관론이 맞을 경우 내년 평균 실업자수가 1백90만명(실업률 8.9%)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DI는 정책건의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기업부실 규모가 막대하다”며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는 이미 계획된 64조원의 구조조정용 공채발행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기업 부실채권이 폭증해 경기침체와 디플레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구조조정 비용이 우리 경제의 감당능력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다.

KDI는 또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리를 위해 현행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방식보다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신속처리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부실채권 해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내년에 금리는 13%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천3백50원대를 유지하면서 성장률이 -1.5% 내외의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상달(沈相達)KDI거시경제팀장은 “경기회복의 최대 변수는 잠재 부실의 규모”라며 “부실 판정을 받지 않은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부실기업의 재무구조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부실채권이 5월 추정액 1백18조원에서 폭증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따라서 재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는 잠재 부실규모를 정확히 추정, 금융구조조정에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채발행 규모를 늘리고 필요에 따라 재정자금이 즉각 지원될 수 있도록 국회동의를 사전에 받아두어야 한다고 KDI는 건의했다.

KDI는 또 은행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부실기업은 즉각 퇴출시키고 회생가능한 기업은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의 부실계열사 정리 때는 객관적인 실사를 통해 부실경영 책임을 가려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KDI는 덧붙였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