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사회는 인재의 무덤』…김정길 행자부장관 책 펴내

  • 입력 1998년 10월 13일 19시 23분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 현직 장관이 쓴 책의 제목이다.

김정길(金正吉)행정자치부 장관이 군림하는 관료에 대해 따끔하게 질책하고 공직사회의 비리와 문제점을 파헤친 책을 13일 펴내 화제.‘신(新)목민심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베스트셀러출판사)에서 김장관은 인터넷 ‘장관과의 대화방’에 올라온 내용 등을 토대로 공무원 사회의 문제점들을 공개했다.

장관 임명 통보를 받은 3월초 ‘공무원들의 줄서기’풍토에 대한 ‘소묘’.

“청와대로부터 통보를 받은 지 10분 쯤 지났을 때였다. 행자부 몇몇 간부들이 내 개인 사무실로 찾아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장관 취임사와 함께 내 이름으로 된 장관 명함과 장관 관용차까지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

김장관은 한 공무원이 인터넷을 통해 구청 계장제 폐지를 주장한 이유를 이렇게 소개했다.

“계장은 오전엔 신문을 보고 오후엔 직원들에게 잔소리하고 은행 심부름이나 시킨다. 24세에 지방직 7급으로 들어와 30세면 6급(계장)이 돼 평생 도장만 찍으며 편하게 산다.”

영화 ‘투캅스’형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

“최근 구속된 서울시의 한 6급주사는 12년 동안 2백억원의 재산을 모았다. 또 서울 강남의 경찰 및 구청 공무원 9명은 3개 유흥업소로부터 1년 동안 2억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김장관은 “공무원 조직은 고시제도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한다. 그러나 이 인재들은 일단 공무원이 되면 경쟁이 없는 풍토 속에서 올라갈수록 무능해진다”며 공무원 조직을 ‘인재의 무덤’이라고 비판했다.

〈최성진기자〉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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