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司正]숨죽인 與野의원들 「긴장기색」 역력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38분


종착역을 알 수 없는 정치인 사정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23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양당 고위국정협의회에서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이 “청구비자금사건에 국회의원 몇명이 더 걸려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그동안 청구비자금사건에 당내 대구 경북출신 의원들의 연루설이 끊임없이 나돌았기 때문에 진위파악과 함께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내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까지 나왔으니 더는 없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관측이 있었지만 김비서실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한 당직자는 “두명의 전부총재까지 당했는데 누군들 온전하겠느냐”며 “김전부총재에 이어 대구 경북출신 의원들이 또 수난을 당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최근 검찰의 집중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K의원은 “정치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명백한 표적사정에 강력 대응하겠다”면서도 불안한 기색이다. 사정대상설에 시달리고 있는 또다른 K의원도 “왜 그런 근거도 없는 소문이 나도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소문의 진원지가 어디냐”고 관심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사정대상에 올라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일부 의원들은 밤잠마저 설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21일에는 이회창(李會昌)총재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출처불명의 “출국금지 국회의원’ 13명의 리스트가 나돌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여당내에서는 한나라당 중진인 김전부총재까지 사정대상에 오르면서 청와대나 검찰이 구색맞추기 차원에서 조만간 “여권인사 중 최소한 1,2명을 사법처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야당에서 더이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말했고 다른 핵심관계자도 “다음주중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여당내에서는 건설교통위 등 이권 관련 상임위소속이나 입당파 의원, 공천헌금 비리의혹을 사고 있는 의원들이 주로 사정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청구비리와 관련, 검찰의 소환요구를 받고 있는 국민회의 김운환 의원도 사법처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기대·문 철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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