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 선고공판]「정치개입」엄단 「특수성」은 배려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14분


법원이 23일 ‘북풍공작’사건을 주도한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에게 징역5년 자격정지3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부하 직원 6명중 5명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라는 ‘관대한 처벌’을 내린 것은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에 대한 ‘엄단의지’, 안기부의 특수성에 대한 ‘사법적 배려’가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과 우익단체를 통해 공개가 금지된 내용을 확산시키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과 무관하며 안기부와 같은 국가기관은 야당이나 일반인의 공격이 설령 부당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와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기관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사법적 밑그림’을 그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 피고인의 선고형량을 ‘채색(彩色)’하는 데는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박일룡(朴一龍)전안기부1차장과 실장 3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 재판부 관계자는 “사건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 개별피고인의 양형 판단이 동일할 순 없다”며 “엄격한 상명하복관계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안기부의 사주’로 기자회견을 한 윤홍준씨에게도 징역2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에 비하면 ‘줄서기’차원에서 정치공작에 가담한 안기부 간부들에 대한 판결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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