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씨 단식농성]정치인생 「전화위복」 노려

  • 입력 1998년 9월 20일 19시 29분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가 19일 밤부터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표적 보복 편파사정과 이를 무기로 한 야당파괴공작을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외길 40년 동안 이렇게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적이 없었다”며 “현 정권의 ‘대중독재’를 막아내기 위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보다 깨끗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내가 역사 앞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차원의 ‘DJ(김대중대통령)정치자금백서’를 만들자고 주장했다”며 “많은 증인과 증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훌륭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단식에는 경성그룹사건으로 핍박받는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부산 경남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당초 부산집회를 강력히 주장했던 그가 집회가 그에게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끝나자마자 곧바로 상경해 당사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당내에는 그의 단식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은 “이번주 정국 정상화가 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야대화의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전부총재는 “단식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정치적 행위”라며 “국회 정상화에 장애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협상이 이뤄지면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반응은 비난일색이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부정한 돈을 받고 이권청탁을 한 혐의에 대해 단식으로 저항하면 이 나라의 법치주의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전부총재의 단식은 야당탄압을 내세워 법집행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민련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를 모면하기 위한 단식돌입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결백을 주장하려면 당당히 검찰에 나가 수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문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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