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현장 스케치]시민들, 대타협에 『정말 다행』환호

  • 입력 1998년 8월 24일 07시 33분


지루한 산고(産苦)를 거듭하던 현대자동차 노사양측이 마침내 타협이라는 ‘옥동자’를 낳았다. 5월부터 밀고 당기기를 계속한 현대자동차 사태가 24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되자 울산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엿새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마라톤협상을 벌여왔던 중재단도 평화적인 사태해결에 만족을 표시했다.

○…이날 오후 이기호노동부장관과 정몽규회장 김광식노조위원장 등 3명은 본관 2층 회의실 출입문을 굳게 잠근 채 합의문을 막바지 손질. 하지만 합의문 서명 일보직전에 김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다시 물어보겠다”며 협상장을 나가버리는 등 진통.

오후 6시반경 중재단의 정세균의원은 “협상전망이 밝다. 9시 본회의에서 결판날 것”이라고 말한 반면 정몽규회장은 “난항이다. 오늘중 타결은 불확실하다”면서 엇갈린 반응.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노사 양측은 몇차례 우여곡절 끝에 24일 오전에 간신히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타결 이후에도 정회장과 김위원장은 계속 굳은 얼굴이어서 협상과정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음을 시사.

○…24일 오전 2시경 협상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본회담이 열리는 본관 앞에는 1백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현대자동차사태에 쏠린 국내외의 깊은 관심을 반영.

○…공장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협상 추이에 귀를 기울이던 시민들은 대타협의 낭보가 전해지자 “정말 다행”이라며 환호. 특히 파업이후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공장주변 상인들은 “정말 타협이 이뤄진거냐”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

공장주변에서 4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윤두성씨(53)는 “협상이 결렬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충돌 없이 무사히 끝나 너무 기쁘다”며 감격스러워 하기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오후 한때 긴장했던 경찰도 타결소식을 반기는 모습. 이미 일주일 넘게 대기와 경계근무로 지쳐있던 전경들은 환한 표정으로 부대복귀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도. 은근히 협상이 타결되기를 희망했다는 한 전경은 “경찰이 이렇게 오래 울산에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며 “충돌없이 돌아가게 돼 다행이다”고 소감을 피력.

○…이날 오전 협상장에서 철수한 뒤 마지막까지 초조한 모습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중재단도 오후들어 ‘감’을 잡은 듯 타결에 자신감을 표시. 오후 3시경 중재단 이용범대변인은 “잘될 것 같다”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 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언.

〈울산〓이원홍·권재현·이완배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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