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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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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신대연구소는 김영숙(가명·작고) 성숙(72·가명·경기 거주)자매가 44년4월 필리핀 마닐라로 끌려가 위안부생활을 하다 미군 포로수용소로 넘겨진 뒤 작성된 개인신상기록카드 사본 2부를 21일 공개했다. 생존자의 위안부 관련 기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선주 한림대객원교수가 미국 국가기록보존소에서 96년 찾아낸 이 기록카드는 45년5월 마닐라의 ‘빌리비드 감옥’에서 작성된 것.
명단 정도가 실려 있는 미얀마 등지의 기록과는 달리 사진 지문과 함께 창씨개명한 이름(소노다 긴단, 소노다 소란) 주소 직업 나이 용모 건강상태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직업란에는 각각 ‘Entertainer’(접대부를 의미하는 듯) ‘Housekeeper’(가정부)라고 돼 있다. 정신대연구소 고혜정부소장은 “‘Housekeeper’로 적혀 있는 것은 일본인 통역에 의해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성숙 할머니는 “18세 때 27세이던 큰언니가 병원에서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해 함께 일본군 배를 탔는데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강제로 인근 산속의 원두막 위안소에서 7,8개월간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며 “미군 폭격으로 산속에 몇개월간 숨어 있다 미군 포로수용소로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같은 위안소에 있던 언니와 많이 울었고 발버둥쳤으나 소용없었다”면서 “해방후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나 과거가 드러나 이혼당했으며 아직도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