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 이모저모]D-데이 앞둔 울산 「태풍전야」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18일 새벽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찰의 진입‘연습’으로 일촉즉발의 분위기에 휩싸였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한가닥 기대를 안겨주었던 노사정협상이 무위로 돌아가자 경찰과 노조원들간의 대치는 ‘태풍전야’의 고요처럼 긴장을 부르고 있다.

○…경찰 95개 중대 1만여명이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노사 양측은 경찰 투입에 대비해 공장 내의 안전시설을 점검하는 등 긴박한 모습.

농성중인 3천여명의 노조원은 각 출입구 앞에 5m 높이의 철골구조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그 뒤에는 시너가 들어 있는 경유통을 늘어놓아 경찰의 진입에 화공으로 맞서겠다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연출. 노조는 또 경유통 앞뒤로 갓 생산한 자동차 50여대를 주차시킨 뒤 곳곳에 가스통을 배치하는 한편 화재에 대비해 1백여개의 소화기도 비치.

회사측도 비상요원들을 곳곳에 대기시키면서 특히 필수 요원인 전산실 오퍼레이터를 비롯해 5개 페인트공장의 페인트들이 굳지 않도록 관리요원을 배치. 사측은 파괴 및 방화사태를 우려해 공장 내의 페인트와 시너 저장고를 최소한으로 줄여놓은 상태며 가스밸브를 잠그고 1백여명의 근무자를 고정배치하는 등 비상상황에 대비.

○…이날 동트기 직전인 오전 5시10분경부터 울산공장 정문과 구정문에서 경찰이 모의 침투훈련을 벌이자 실제 ‘진압작전’이 벌어진 줄 알고 노사 양측 모두 한 때 초긴장.

경찰이 물대포 페퍼포그 소방차 포클레인 등 온갖 시위장비 등을 총동원하고 정문 앞에 진격대형까지 갖추자 노조측은 5시45분경 비상명령과 함께 쇠파이프를 든 2천여명을 동원, 일사불란한 맞대형을 형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울산공장은 그러나 빗줄기가 거세지던 6시반경 경찰이 가상훈련이었다며 병력을 철수시키자 안도.

○…이날 노조원들의 부인과 자녀들로 구성된 2백여명의 ‘아줌마부대’는 어느 사수대 못지 않은 결의를 과시. 오전 6시15분경 노조원들이 쇠파이프를 바닥에 두들기는 소리와 전경들의 구호소리로 전운이 감돌던 정문앞으로 잠에서 막 깬 아줌마부대가 끼여들어 ‘인의 장막’을 구축.이들은 “내 남편을 잡아가려거든 우리와 어린아이들을 먼저 밟고 가라”며 통곡작전을 쓰기도 하고 “김대중대통령에게 제2의 광주사태를 보여주고 싶거든 들어와보라”며 육탄작전을 펼치겠다는 기세.

결국 경찰이 6시반경 이들 눈앞에서 철수하자 한바탕 울음바다가 된 이들은 오후 경찰이 8곳의 출입구에서 봉쇄작전에 나서자 곳곳을 돌아다니며 경찰병력과 몸싸움을 서슴지 않기도.

〈이원홍·권재현·이완배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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