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自 일촉즉발 고조…李노동장관 『더이상 방관 안해』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경찰력 배치
경찰력 배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조업재개를 위한 경찰병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가 17일 울산공장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공식 요청한데 이어 경찰은 전경 95개 중대 1만여명을 울산에 집결시켰다.

현장을 지휘하기 위해 이날 울산에 온 전병룡(田炳龍)경남지방경찰청장은 “현대자동차가 ‘노조의 사내농성을 하루 빨리 해산시켜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날 오전 경찰력 투입을 공식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도 이날 조업중단 장기화와 관련해 더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정부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 공장에 경찰력을 투입할 경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 경찰

경찰은 이날 오후 5시 지휘관 작전회의를 열고 막바지 도상훈련과 헬기정찰을 마쳤다. 경찰은 공권력 투입시간이 정해지면 페퍼포그 차량 17대를 앞세우고 울산공장 8개 출입구를 통해 진입, 부녀자와 일반 조합원을 분리한 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간부 64명을 연행할 계획이다.

전경남경찰청장은 또 “사내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합원이 있어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 노동부

이노동부장관은 이날 “파업 장기화로 인한 생산차질과 협력업체 부도로 1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구조개혁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더이상 방관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장관은 이날 오후 6시 현대자동차 노사 양측을 만나 경찰력 투입을 앞두고 막판 중재를 벌였다.

▼ 회사·노조

회사측은 이날 오전 9시반 울산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정몽규(鄭夢奎)회장과 박병재(朴炳載)사장 등 임직원 1만6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조업정상화를 위한 임직원 궐기대회’를 열었다. 회사측은 또 울산 시내 곳곳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며 경찰력투입의 불가피성을 홍보했다.

노조도 이날 울산공장내 1.5㎞ 구간에 설치된 1백여개의 농성용 텐트를 김광식(金光植)위원장이 농성중인 노조사무실 주변으로 집결시키며 경찰력 투입에 대비했다. 노조측은 현 집행부 구속에 대비해 이미 후임집행부 구성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의 이갑용(李甲用)위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울산 현대자동차 사업장에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할 경우 노사정위 탈퇴는 물론 전면적인 반(反)김대중 정권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또 현대자동차 경찰력 투입 저지 및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오늘부터 산하 모든 단위노조에서 중식결의대회와 전국 3백여 현대계열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여는 한편 23일 열리는 울산 전국노동자 대회에 수만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정부 대현대 재벌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권재현·이완배기자〉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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