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폭우현장 표정]『경고방송만 있었어도…』오열

  • 입력 1998년 8월 2일 19시 44분


지리산 골짜기는 온통 ‘상처’투성이. 가는 곳마다 울음바다였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2일에도 계속 장대비가 내려 구조작업이 어려움을 겪자 실종자 가족들은 더욱 애가 탔다.

○…경남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계곡에서 야영을 하다 부인(33)과 아들(13) 딸(11) 등 일가족 3명을 한꺼번에 잃은 최종일씨(39·경남 진주시 가좌동)는 2일 진주의료원 영안실에서 “이럴수가…”라며 넋을 놓았다.

최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텐트를 칠 때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기상청이나 지리산 국립공원측에서 별다른 주의나 경고를 하지 않아 안심했다”며 “‘조심하라’는 한마디만 있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라며 오열.

○…전북 남원시 산내면 뱀사골계곡에서 구조된 일부 야영객들은 지난달 31일 오후 5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국립공원관리소측이 단 한번의 경고방송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

야영객들은 관리소측이 1일 오후 공원내 다른 지역에선 수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나 뱀사골 상류지역은 관할 구역이 아니어서 그런지 경고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

○…피아골 계곡 생존자 가운데 조봉근씨(27·광주 북구 중흥동)는 일행 4명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으나 간이화장실 환기통을 잡고 버텨 구사일생.

조씨는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급류에 떠밀려 가다 필사적으로 화장실 환기통을 붙잡고 4m 높이의 화장실 지붕으로 기어 올라가 가슴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4시간을 버틴 끝에 무사히 구조됐으나 나머지 4명은 모두 사망하거나 실종.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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