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밑 퇴출 괴로움…해당계열사 동료대하기 「어색」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34분


‘한지붕 아래에서 겪는 퇴출의 괴로움.’

퇴출대상기업 발표 후 하루가 지난 19일 낮,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삼성금융플라자빌딩에서는 어색한 장면이 벌어졌다.

이 건물은 삼성항공과 삼성카메라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시계 등이 함께 입주해 있는 곳.

점심식사를 마친 삼성계열사 직원 몇몇이 퇴출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1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직원이 16층을 누르면서 일순간 대화가 끊기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전날 ‘레드카드’를 받은 삼성시계가 16층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 이처럼 퇴출기업 발표가 있은 뒤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계열사 동료들과 퇴출기업 직원 사이에 서먹서먹한 모습이 생겨나고 있다.

퇴출선고를 받은 LG전자부품과 현대알루미늄㈜이 위치한 여의도 LG쌍둥이빌딩과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본사의 별관건물도 비슷한 상황.

“우리회사가 퇴출 대상에서 제외돼 한숨 놓았는데 막상 같은 층에 있는 옆 회사가 당하고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라고요. 흡연실에서 자주 마주치던 계열사 동료들도 이젠 서로 어색해서 피하게 되고….”

‘퇴출선고’를 받은 LG전자부품과 쌍둥이 빌딩 서관20층에서 함께 근무해 온 LG EDS 김모씨(31)의 얘기다.

삼성시계 정모씨(30)는 “한 건물을 쓰다보니 당직근무도 함께 짜면서 계열사 동료들과 친숙하게 지냈지만 이제는 입장이 달라졌다”면서 “이번 퇴출발표가 직장 동료간의 정(情)도 ‘퇴출’시킨 셈”이라며 씁쓸해 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