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열씨 녹취록 내용]YS측근비리 청와대전달 협박기도

  • 입력 1998년 6월 16일 19시 30분


김현철(金賢哲)씨를 납치하려한 오순열(吳順烈·54)씨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일가 및 측근의 부정비리 녹취기록’이라는 문건을 수년 전부터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A4용지 20장 분량의 이 문건은 오씨가 대통령 선거 직후 ‘신사동의 김영삼 대통령 여동생들과 일가들의 공동사무실’에서 ‘보좌관’이라는 직함을 가졌던 김모씨와의 대화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작성시점은 96년 9월.

오씨는 이 문건을 청와대 부속실을 담당하던 정모씨를 통해 김전대통령에게 전달해 협박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건에서 김씨는 “이 사무실을 통해 작은 고모 남편이라는 신학대교수와 서모씨, 부산의 김모씨, 곽모씨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한 수석비서관은 특정사업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1천만원씩 열번 이상 받았으며 외환은행 종로지점을 이용해 5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는데 이 돈은 청와대 계좌로 입금된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씨는 또 S토건의 남강 모래채취권과 관련, “청와대 사정반에 있었던 K씨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한 수석비서관도 경남 도지사에게 전화해 협조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전대통령 측근이 받은 뇌물액수에 대해 “적어놓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사무실측에서)5억원을 받으면 도와준 대가로 (측근에게)2억∼3억원을 주었으며 최하가 5천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충북 제천의 암석산 채굴을 위한 국유지 사용승낙확인서를 받게 해주는 대가로 10억원, 중국산 돗자리를 해운대 해수욕장에 납품하도록 해주는 대가로 10억원, 대구 팔공산 주변 형질변경 대가 5백억원, 경찰간부 승진료로 경정 5천만원, 총경 1억원씩’을 측근들이 뇌물로 받았다고 김씨는 주장했다.그러나 이 문건에는 뇌물을 받은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 전달한 사람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김씨가 내부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 오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씨는 이 문건의 처음과 끝에 ‘김대중 김종필 두 분 총재, 신문기자 재야단체 여러분. 유서와 녹취기록 녹음테이프가 여러분께 송달되었을 때엔 오순열 신변에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적절한 조치를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어놓고 있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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