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돌고래「차돌이」,암컷「바다」사랑에 애닳아

  • 입력 1998년 6월 8일 19시 43분


‘사랑이 죄인가요.’

과천 서울대공원이 자리잡은 청계산에서는 밤이 되면 어김없이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온다. 무대는 돌고래쇼장이 있는 해양관이고 가수는 대공원의 인기스타인 돌고래 ‘차돌이’(9세).

차돌이가 밤마다 동창(東窓)을 바라보며 목놓아 울고 있는 것은 새로운 상대에 대한 연정(戀情)때문. 4월말 새 식구가 된 암컷 돌고래 ‘바다’(4세)를 사랑하지만 ‘조강지처인 차순이’(7세)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차순이의 눈을 의식, 사랑의 마음을 감춰오던 차돌이가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중순.

차순이와 호흡을 맞춰 관람객들 앞에서 한창 쇼를 하던 차돌이는 바다의 울음 소리를 듣고 이성을 잃어버렸다. 하늘같은 조련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바다가 보이는 대기실 출입구에 붙어 꼼짝달싹하지 않은 것.

결국 이날 쇼는 엉망이 돼버렸고 조련사는 ‘반란’을 일으킨 차돌이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징벌’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빼앗긴 차돌이는 대기실에 가자마자 노골적인 애정표시를 하며 바다의 몸에 올라타는 등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루 3,4차례 쇼를 하고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을 하는 돌고래들에게는 대기시간의 휴식이 필수적인 데도 차돌이는 오히려 쇼를 할 때보다 더욱 기운이 넘친다.

이를 지켜보던 대공원 관계자들은 차돌이의 애정행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 지난달 말부터 차돌이를 암돌고래로부터 격리시켰다.

대공원 관계자는 “지금은 차돌이가 발정기라 그렇지만 조금 지나면 사랑의 열기가 수그러들 것”이라며 “돌고래들의 ‘애정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훈련이 미숙한 바다를 본격 훈련시켜 공연에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