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일즈시대」아파트 내부 치장,세입자들 「유혹」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34분


“이거, 무늬만 나무 아니에요?”

회사원 최현철(崔賢哲·30·서울 마포구 도화동)씨 부부는 지난달 신혼살림을 차릴 집을 전세계약하기 위해 28평형 아파트에 들어섰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파트 내부 마루가 장판이 아닌 원목으로 치장돼 있는 것. 게다가 격조높은 비취색 커튼과 안락의자까지…. 여기 저기 아파트를 둘러본 최씨는 수백만원대의 내부장식에 반해 그날로 집주인과 계약을 끝냈다.

‘전세도 세일즈 시대.’

최근 계속되는 경제난의 여파로 부동산 전세시장이 얼어붙자 이처럼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고액을 투자, 집단장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늘어나는 전세금의 폭락과 공급량에 비해 전세수요가 부족해 세입자들이 집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됐기 때문.

한달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에 전세금 1억원에 입주한 김대성(金大成·35)씨도 휘황찬란한 내부장식에 반해 전세계약을 했다.세입자가 나서지 않아 4개월동안 기존의 세입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집주인 황모씨(55)는 인테리어 비용을 4백만원이나 들여 홈바를 설치하고 실크벽지로 도배했던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같은 평수로 전세금이 비슷할 경우 내부장식을 잘한 집이 잘나가며 세입자들이 아예 ‘주인이 새로 도배를 해준다면 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인테리어 전문시공회사인 엘퀀스디자인 권장욱(權裝昱·35)사장은 “1백만원도 넘게 드는 도배나 바닥공사에 관한 가격상담을 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기본적인 내부장식 이외에도 젊은 세입자의 기호를 파고들기 위해 비교적 고액의 내부장식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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