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 허점많다…『마음먹으면 합법적 누락가능』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공직자의 재산등록 및 공개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이 형평성과 사후검증 측면에서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직 재산공개 내용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24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인 누락이 가능하게 돼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은 고지거부 규정(12조4항).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해 출가한 자녀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재산 신고자가 합법적으로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는 비판을 진작부터 받아왔다.

예를 들면 갓 분가한 자녀가 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사실상 부모의 재산임이 분명한데도 고지거부권을 내세워 신고하지 않는 것은 법을 떠나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신규공개자 52명 중 16명(31%)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김민영정책실장은 “고지거부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은 재산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고지거부권을 포기하고 가족 재산을 낱낱이 공개하는 성실신고자와 비교해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모두 공개한 사람들은 “신고된 재산만을 기준으로 평판이 이루어지는 현실에 비추어 성실하게 신고한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고계현(高桂鉉)국장은 “분가한 자녀도 미성년일 때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는 공개를 의무화하고 증여세 등 세금납부 실적을 함께 신고하는 등 엄격하고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의 경우 취득시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어떤 직위에 있을 때 어떤 목적으로 구입했는지, 취득시기가 개발계획 이전인지 이후인지를 가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산에 대해서도 성실한 신고와 엄격한 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값비싼 보석류와 골동품 예술품의 경우 검증이 어려워 사실상 신고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5백만원 이상의 보석류 골동품 예술품 등은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억∼30억원대의 재산가이면서도 보석이나 골동품을 전혀 신고하지 않는 등 대부분이 동산 신고를 소홀히 했다.

<윤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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