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줄줄이 삭감…장애인 『IMF슬픔 2배』

  • 입력 1998년 4월 19일 19시 25분


‘장애인의 날, 슬픔 두배.’ 장애인편의시설 예산이 깎이고 있다.

휠체어리프트 에스컬레이터 승강기 등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 시민의모임(장편모)’은 지난달 말 서울시산하 도시철도공사로부터 한 장의 팩스를 받았다. 이 팩스를 받아든 배융호(裵隆昊·33)연구실장 등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도시철도공사가 12억5천여만원을 들여 발산 마포 충정로 서대문 답십리역 등 지하철 5∼8호선 구간 8개역에 32개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키로 했던 계획이 서울시의 예산심의에서 전액삭감됐다는 내용이었다. 도시철도공사가 2002년까지 해마다 7,8개 지하철역에 각종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확보해왔던 예산이 올해는 한푼도 없다.

이뿐만 아니다. 지하철공사가 41억여원을 들여 성수역과 구로공단역 등 10개역에 설치키로 했던 엘리베이터 및 리프트 유도블록 장애인용변기 등의 편의시설 설치비와 시설개선비 중 30억원 가량도 마찬가지로 삭감됐다.

안산시도 최근 5억여원의 예산을 투입, 공단역 등 안산선 3개역에 설치키로 했던 휠체어리프트 건설계획을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재정상태가 나빠진데다 종합운동장 문예회관 건설 등에 수백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가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전면 유보했다.

이처럼 IMF한파로 장애인 관련예산이 일차적으로 잘리고 있다. ‘시설설치로 인한 수혜자가 적다’는 것이 주된 이유. 특히 장애인 관련예산은 건설 교통예산 등의 항목에 포함돼 소리소문없이 깎이고 있어 장애인들은 이를 ‘IMF시대의 소리없는 폭력’이라고 반발한다.

안산시의회는 2월 장애인복지기금설치 조례를 부결처리, 20억원의 장애인기금 설치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또 충청북도도 98∼2003년 6년 동안 30억원을 조성키로 했던 장애인복지기금의 설립원년인 올해부터 조성기금을 당초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장편모’측은 “정부가 당초 예산안보다 35억원 가량 삭감된 장애인복지예산을 추경예산안으로 편성한데 이어 각 지자체마저 장애인복지예산을 집중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복지를 내팽개치는 것은 우리의 장애인 정책이 ‘선심성’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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