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私교육 체험담]『딸 과외비로 아파트 날려』

  • 입력 1998년 4월 7일 07시 25분


“딸애의 과외비로 5년간 50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렸습니다.”

“학부모 몇 명이 매월 50만원씩 돈을 모아 담임선생님에게 온라인으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과외비 부담과 교사들에 대한 촌지 실태를 보여주는 학부모들의 생생한 체험담이다.

교육부가 6일 교육개혁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마련한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10여명의 학부모들은 자신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생생히 들려줬다.

이날의 주제는 △교육개혁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방안 △촌지근절 방안 △사교육비 절감 △대입제도 개선 △학부모의 학교생활참여 방안 등 6가지.

이중 사교육비 문제와 촌지문제가 가장 관심을 끌었다.

김모씨(46·여·서울 중랑구 묵1동)는 “딸애가 삼수 끝에 올해 대학 작곡과에 들어갔는데 5년간의 과외비로 50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딸이 피아노 화성악 등 3개 음악분야와 국어 영어 수학을 과외지도 받았다면서 “매달 6백만원씩을 과외비로 들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에 2천만원을 지출했다는 게 그의 실토.

실업고 3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아들이 대학진학을 원해 국어 영어 수학은 과외를, 다른 과목은 학원교습을 시키고 있다”면서 “과외비와 학원비로 남편 월급이 거의 모두 들어간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의 손모씨(40·여)는 “비평준화 지역인 고양시는 고교간 학력차가 심해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국 영 수 과외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촌지문제와 관련해 학부모들은 ‘여전하다’거나 ‘많이 줄었다’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당국의 의지와는 달리 아직도 촌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재한 조선제(趙宣濟)차관은 “오늘 나온 고발과 건의들은 모두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자주 갖겠다”고 약속했다.

〈이진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