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독자와 만난 동아일보]주부 윤미선씨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27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윤미선(尹美善·31)씨는 배인준(裵仁俊)경제부장과 홍호표(洪昊杓)생활부장을 만나는 자리에 빽빽히 적은 메모를 들고 나왔다.

“읽으면서 가장 짜증이 나지 않는 신문이 동아일보예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죠.”

칭찬인 줄 알고 빙긋이 웃음을 짓는 두 부장에게 이어지는 윤씨의 다음 말은 그러나 송곳에 가까웠다.

“경제섹션 중 엔화하락 기사를 예로 들까요. 동아일보는 첫날 보도때 사실만 나열하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어요. 반면 다른 신문들은 한국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죠. 이런 신문을 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겠어요? 물론 균형잡힌 시각 덕분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측면도 있지만요.”

윤씨는 동아일보 경제면에 ‘색깔이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계층, 어떤 집단에도 치우침이 없이 각자의 입장을 단순배열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오해를 사더라도 정부입장을 대변하든지, 아니면 독자들이 내 생각과 다르다며 신문을 찢고 싶어할 정도로 ‘자기 목소리’를 내주기 바랍니다. 또 편집도 너무 소박한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받아요. 동아일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사라면 눈길을 확 끌 만큼 과감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아쉽습니다.”

독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맞는 경제 생활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윤씨는 전했다.

“지난해까지는 경제 생활면을 보면서 임금이 얼마나 오를까, 휴가때 어디로 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주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무엇이 올바른 소비인지 궁금해 하죠. IMF로 독자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음을 정확히 포착하고 경제교육하듯이 이끌어주는 기사가 필요합니다.”

재테크 기사가 타지에 비해 돋보이지만 일부 특수계층만을 대상으로 한 기사는 평범한 독자들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였다. 이 ‘평범한 독자’에게 경제부장이 “경제기사가 어렵지는 않으냐”고 물었다. 뜻밖에 윤씨는 “경제기사는 쉽게 쓰는 것보다 정확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해 경제부장을 놀라게 했다. 요즘은 모두들 경제면을 매일, 가장 열심히 보기 때문이며 어려운 경제용어는 따로 풀이해 주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세계적 흐름속에 우리경제를 비추어보는 기사가 부족해 아쉽더군요.”

생활면과 ‘미즈&미스터’ 지면에 대해 윤씨는 성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를 줄여줄 수 없느냐고 지적했다. 아이들도 같이 보는 지면이어서 낯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IMF시대에는 ‘신문 잘읽는 주부’가 가정의 중심을 잡을 수 밖에 없다”며 두 부장에게 피부에 와 닿는 알짜 정보를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주부는 자녀 교육부터 노인 보살피기까지, 온가족의 건강과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재생산구조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 아이들이 잘먹는 인스턴트식품 재조리법부터 잊혀 가는 전통요리법까지, 학원비 인상이나 학교 촌지문제부터 노인문제까지, 그리고 연령별 건강관리법 등도 친절하게 소개되기를 바란다며 윤씨는 이렇게 말했다.

“IMF가 경제적 위기만 불러온 것이 아닙니다. 핵가족이 다시 합치는 등 급격한 사회변화와 가치관의 혼돈을 몰고 왔어요.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신문이 방향타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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