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금성,대선때 국민회의 침투…北측인사 접촉 권유』

  • 입력 1998년 3월 23일 20시 59분


안기부는 북풍공작에 대한 수사결과 지난 대선때 안기부가 공작원인 흑금성 박채서(朴采緖)씨를 국민회의와 국민신당 등 당시 야당에 침투시켜 북풍공작을 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 핵심관계자는 23일 흑금성 박씨와 박씨에게 공작을 지시한 안기부 공작관(서기관)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씨가 안기부 조사에서 “지난해 대선때 모방송국에 근무하는 고교선배를 통해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의원을 소개받아 안기부 공작원이라며 접근, 안기부의 북풍공작에 대한 제보를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또 “안기부 공작관으로부터 정의원과 천용택(千容宅·현국방장관)의원을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유인, 북한인사와 접촉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씨는 정의원 등을 만나 “안기부의 북풍공작을 차단하려면 베이징에 가서 북측인사를 만나야 한다”고 권유한 것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정의원 등은 안기부의 역공작으로 판단, 박씨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관련, 정의원은 “박씨가 믿을 만한 김대중(金大中)후보의 측근을 베이징에 보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나와 천의원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구 안기부세력이 흑금성 박씨에게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와 동서간인 조철호(趙哲鎬)동양일보사장을 통해 이후보에게 접근, 북풍공작을 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씨가 남측의 정치권 동향이나 안기부의 정치공작정보 등을 북한에 넘겨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지시를 받고 다시 남으로 온 뒤 안기부에 북한의 지시내용과 돈받은 것까지 보고한 것같다”고 말해 박씨가 ‘이중간첩’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씨는 또 “북한당국은 처음에 이인제후보를 김정일(金正日)의 파트너로 생각했으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회창후보로 파트너를 바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기부는 또 구 안기부세력들이 북한의 간첩으로 지목한 중국 조선족 허동웅씨는 조사결과사실이 아님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안기부는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이 작성한 ‘해외공작원 정보보고’문건 중 김대중대통령과 아들 김홍일(金弘一)의원이 허씨를 매개로 북한과 연계됐다는 부분은 이전실장 등에 의해 공작적 차원에서 이용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구 안기부세력은 96년 8월 중국공산당 완리(萬里)전 전인대상무위원장의 아들이 김후보의 일산자택을 방문했을 당시 김후보와 김의원이 허씨와 찍은 사진을 증거로 북한측과 연계됐다고 주장해 왔다.

안기부 관계자는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윤홍준(尹泓俊)씨의 기자회견사건을 수사하면서 허씨를 귀국시켜 조사했으나 단순한 통역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대성파일과 관련해 허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기부는 자진출두한 박씨가 22일부터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이대성파일의 진상과 함께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의 북풍공작 지시여부도 집중조사할 방침이다.

<양기대·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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