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4월호]『96년 안기부예산 정치자금 의혹』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55분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국가안전기획부 예산 중 정치비자금의 규모와 조성방법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안기부 감사관실 2과 감사로 근무했던 정인영씨(42·가명)는 96년도 안기부 내부결산보고서를 근거로 1천62억원이라는 거액이 성격불명의 ‘정책사업비’ 등으로 불법전용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19일 발매되는 ‘신동아’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 돈의 대부분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97년2월15일 안기부가 재경원에 통보한 ‘96년도 예산 결산보고’에는 안기부의 96년도 예산은 일반회계 2천3백59억원을 포함, 모두 5천5백96억8천7백만원이며 그중 쓰고 남은 잔액이 14억6천2백만원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안기부 내부결산자료에 따르면 부서별 예산재배정 총액은 5천4백57억여원으로 장부상 잔액은 1백39억여원이었다.

예산회계법상 잔액은 모두 국가에 반납해야 하는데도 이중 14억여원만 재경원에 반납하고 13억6천8백만원은 연말 간부 격려비와 직원들 상여금으로 써버렸다. 그래도 역시 1백11억원의 행방은 묘연하다.

이 1백11억원은 당시 김기섭(金己燮)운영차장의 감독을 받는 지출관(支出官)이 집행한 1천62억원에 포함돼 그 대부분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게 정씨의 분석이다.

당시 운영차장에 보고된 연말결산보고서에는 이 돈은 96년1월에 양우기금(직원의 퇴직금 보전명목으로 설치한 기금)으로 2백억원, 총선무렵인 3월과 4월 ‘정책사업비’로 4백9억원, 12월에 역시 ‘정책사업비’로 4백14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씨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관련사실을 부인했다.

정씨는 또 93년 문민정부 출범후에 실시한 안기부 자체특별감사에서 서울 내곡동 안기부 신청사 공사대금 중 9백67억원이 용도불명인 채 빠져나갔고 그중 7백억원은 엄삼탁(嚴三鐸·국민회의 부총재)당시 기조실장이 공사중간대금 명목으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부총재도 “기조실장은 직접 돈을 만질 자리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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