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환경평가 순엉터리…『해운대에 호랑이 산다』

  • 입력 1998년 2월 25일 20시 02분


국내에 살지 않거나 멸종된 동물조차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나온다. 개발사업이 미칠 영향을 조사한다면서 허위보고하거나 다른 평가서를 베끼기 일쑤다. 82년부터 시행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경제환경 등 3개 분야 23개 항목에서 개발이 미칠 영향을 예측, 환경파괴를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장치. 경성대 조류연구소가 최근 90∼96년 부산지역 공공기관들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가운데 20권을 조사한 결과 완전한 평가서는 한권도 없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2개 항목의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이행한 것은 1권 뿐이었고 나머지는 필요한 항목에 대한 평가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사내용도 대체로 부실했다. 해운대신시가지건설사업 평가서는 우리나라에 살지도 않는 표범 호랑이를 포함한 22종의 포유류에 건설사업이 미칠 영향을 조사한 것으로 돼있다. 화명3지구택지개발사업 평가서는 생태계 변화를 그림으로 곁들여 “독극물이 든 먹이를 먹은 늑대 여우 등이 중독사해 환경파괴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늑대 여우는 우리나라에서 멸종상태다. 또 명지녹산 국가공업단지개발사업 평가서는 20년 전 낙동강 하구 삼각주의 지형도를 그대로 실어 실제로 조사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보고서는 “동물분야가 이 정도라면 다른 항목의 평가 역시 신뢰할 수 없다”며 “감독기관이 알면서도 묵인 또는 방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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