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도 놀랐다…IMF「무풍지대」 부잣집엔 달러 『그득』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경찰이 부유층 전문 절도범을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유층이 평상시 금고가 아닌 장롱 책상 서랍 편지 봉투 등에 수천∼ 1만달러를 잔돈처럼 보관해 두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경제의 파탄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일부 부유층의 이같은 무신경은 어린 초등학생까지 나라경제 살리기에 나서 코묻은 달러를 은행에서

바꿔가는 상황에서 터져나와 많은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6일 서울의 평창동 성북동 청담동 방배동 논현동 일대 빈집을 골라 93년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모두 18차례에 걸쳐 미화 엔화 등 7억7천만여원을 턴 이종수(李鍾秀·32·무직)씨에 대해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고급주택가 9곳에서 미화 6만2백달러(약 7천만원)와 엔화 2백98만엔(약 3천만원)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지난 1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 가정집 장롱에서 미화 5천달러와 20만엔을 훔쳤다. 이어 4월에 같은 동네 다른 집 책상서랍에 있던 1만달러와 80만엔을, 9월말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집에서 편지봉투에 넣어져 있던 1만2천달러와 50만엔을 도둑질했다.

이씨는 10월 초에는 정상급 프로바둑기사 조모씨의 평창동 자택에 침입, 현금 3백만원을 훔친 사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거액을 털린 피해자 18명 중 경찰에 도난신고를 한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이씨는 훔친 돈의 대부분을 환전도 하지 않은 채 서울의 답십리 장안동 면목동 등지의 주택가 도박장(일명 하우스)등에서 포커도박 판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93년 9월 경기 구리시 한 술집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폭행사건에 말려들어 도망다니던 이씨는 도피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를 시작, 도박판에서 하룻밤에 5만달러를 날리는 「큰손」으로 행세해왔다.

이씨는 경찰에서 『웬만큼 사는 집은 금고를 열지 않아도 장롱 서랍 등에 엄청나게 많은 달러와 엔화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서대문경찰서 한종(韓鍾)강력1반장은 『부유층 상대 범행의 경우 피해자가 쉬쉬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은 더 많을 것』이라며 『범인이 훔쳤다고 자백해도 피해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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