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검찰서 사라지려나…검사들 외화난에 양주 자제결의

  • 입력 1997년 12월 1일 20시 03분


군(軍)과 함께 폭탄주 문화의 양대 「발상지」로 통하는 검찰에서 폭탄주 자제운동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 과장(부장검사) 20여명은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부근에서 점심을 함께 하면서 폭탄주를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외화지출 억제의 일환으로 폭탄주에 소요되는 양주소비를 줄이기 위해 폭탄주를 삼가기로 한 것.검찰은 그동안 폭탄주문화가 가장 번성했던 대표적인 집단의 하나로 꼽힌다. 회식이 벌어지면 으레 좌중의 선임자가 「병권(甁權)」을 잡고 폭탄주를 만들어 차례로 「좌익척결 우익보강」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잔을 돌리곤 했던 것. 최근에는 맥주 대신 체내흡수가 빠른 이온음료를 사용하는 「뿅가리주」와 붉은 포도주와 양주로 만드는 「드라큘라주」도 유행했다. 검찰에 폭탄주문화가 발달한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있지만 「검사 동일체의 원칙」이 말해주듯 일사불란한 위계질서와 팀워크를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이같은 폭탄주 문화는 자기주장이 강한 신세대 검사들의 등장으로 쇠퇴 기미를 보이다가 경제위기에 따른 검사들의 자제 결의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 한편 서울지검은 이날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근검절약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물자절약운동 실천과 대중교통수단 및 구내식당 이용 등과 함께 고급업소 출입을 삼가기로 결의했다. 이 대회에 참석한 일부 검사도 「폭탄주 자제」를 선언했다. 〈이수형·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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