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선거를 불과 한달반 정도 앞두고 선거사범 수사와 예방활동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할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이 의외로 조용하기만 하다.
현재 서울지검 선거전담수사반은 정치권의 비자금 공방을 제외한 선거관련 고소고발사건이 거의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開店休業)상태. 특정후보가 돈을 살포하고 있다는 금권시비도 없고 사전선거운동 시비도 거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이는 92년 대선 당시와는 대조적인 양상. 서울지검 관계자는 『5년전 이맘 때에는 국민당 정주영(鄭周永)후보의 선심관광과 김영삼(金泳三)후보의 「03시계」시비 등으로 고소고발 사건이 수십건씩 접수됐는데 이번에는 선거관련 사건이 거의 없다』며 『이러다가 선거담당 검사들이 명예퇴직당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농담까지 할 정도다.
검찰은 이처럼 일선 선거현장이 조용한 가장 큰 이유가 정치권 내부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자기들끼리의 합종연횡에 신경쓰느라 일선 선거조직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검찰관계자는 『정치권 상부의 「짝짓기」가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는 후보들이 일선 현장의 유권자들을 상대하는 하부조직 관리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의식수준 향상과 TV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선거도 일선 현장의 선거시비를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20세기 마지막 대선에서는 금권 관권시비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비방이나 흑색선전은 예전 못지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후보들이 돈 대신 말로써 선거판을 타락시킬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며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등을 단속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