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골리앗 크레인 운전 23년 고선기씨

  • 입력 1997년 10월 13일 08시 04분


「높이 94m, 길이 1백40m, 중량 3천45t」.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골리앗크레인의 신상명세다. 한꺼번에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 세계 최대인 9백t급으로 쏘나타 승용차 6백90대를 들어올린다. 이 거대한 골리앗크레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골리앗크레인 운전의 장인」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건조5부 탑재팀의 고선기(高善基·53)씨. 고씨가 골리앗크레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4년전인 73년6월 현대중공업(당시 현대조선소)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그가 미군 중장비부대에서 근무할 때 따놓은 4개의 중기운전자격증을 본 회사측이 골리앗크레인 운전을 맡긴 것이다. 6개월간의 교육을 마친 고씨는 74년4월 현대중공업이 만든 최초의 선박인 26만t급 원유운반선의 마무리 탑재공정에 투입돼 무사히 진수시켰다. 고씨는 『26만t급 원유운반선을 처음 진수시키고 난 뒤 너무 감격해서 골리앗크레인 운전석에 앉아 배가 동해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고 회고했다. 4백50t급 골리앗크레인을 운전하다 95년 9백t급 골리앗크레인이 완공되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고씨는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동료들로부터 「사장보다 더 높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회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2백만평의 작업장을 내려다 보며 일하기 때문에 그는 이런 농담을 자주 듣게된다는 것. 하지만 고씨는 『골리앗크레인은 덩치가 엄청난 만큼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다른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골리앗크레인 기사들 가운데 고씨가 교육시켜 배출한 후배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로 골리앗크레인 운전부문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 〈울산〓정재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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