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대 부속중학교는 아르헨티나에서 최고수준의 학교중 하나로 꼽힌다. 성적이 뛰어나면서도 가정형편 때문에 사립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세운 국립학교다. 등록금이 무료이고 고교나 대학진학시 시험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2학년 「세계사」 수업시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업을 거의 학생들 스스로 그리고 영어로 진행하는 점이 특징.
기자가 취재간 날 학습주제는 「14세기의 중세유럽」. 교사가 먼저 당시의 종교 문화 등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한 뒤 학생들에게 발표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대해 얘기했다.
『설치류(Rodent)에 의한 흑사병은 중국 등 아시아 내륙에서 교역과 전쟁을 통해 유럽전역에 퍼져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영국은 인구의 절반이 병사하는 등 유럽에서 2천5백만명이 사망했습니다』
한 학생이 설치류는 어떤 동물이며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하며 자료그림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많이 죽는 바람에 지주들이 파산했습니다. 또 죽음에 대한 공포로 미신이 유행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성직자로 나서는 바람에 교회권위가 추락, 정신적 구심점이 사라져 사회문제가 생겼습니다』
중학생의 수업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가 있었고 학생 교사 모두 영어를 썼다.
베르나데트(13·여)는 『스스로 준비하고 발표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설명해주는 것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특히 영어로 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이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