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에 아빠 생겼네』…장애인 代父 결연식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말도 없고 표정도 없는 자폐아 강모군(9·H초등학교 3년)은 훗날 『개천절이 무슨 날이냐』는 질문을 받으며 『아빠가 세상에 오신 날』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4천2백29주년 개천절인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서편운동장. 아버지재단이 주최한 「모두 내 자녀 가족큰잔치」행사의 하나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장애인 특별반 학생 9명과 「우리아버지 합창단」 회원 40여명이 부모자식간의 정(情)을 맺는 대부(代父)결연식이 열렸다. 이 반 학생인 강군에겐 태어날 때부터 「아빠」라곤 없었다. 그저 봉제공장을 다니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엄마와 강군이 울 때마다 발길질을 해대는 정신질환자 외삼촌뿐이었다. 강군의 담임교사인 한성수(韓性洙·46)씨는 『다른 아이들도 강군처럼 열악한 가정환경에다 장애가 겹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며 『자상한 「아빠」들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전에 없이 밝아 보여 참 기쁘다』고 말했다. 이 날의 대부결연은 아버지재단의 한 후원자를 통해 특별반 학생들의 딱한 사연을 알게 된 「우리아버지합창단」 탁계석(卓桂奭·44)단장이 9월30일 학교를 방문, 학생들을 직접 만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탁단장은 『장애아를 어떻게 대할 줄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한 학생이 다가오더니 나의 풀어진 웃옷 단추를 채워줬다』며 『그 순간 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사랑과 정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말했다. 탁단장은 앞으로 아버지 4명이 한 조를 이뤄 2주일에 1회꼴로 학교를 방문, 아이들과 놀아주고 정상아동들도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작은 음악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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