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여중고생 잇단 자살…이성문제-성적압박등 원인

  • 입력 1997년 9월 29일 20시 43분


여중고생 등 10대 소녀들이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학교 성적과 관련한 중압감이나 이성관계에 따른 후유증 등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지만 10대들이 쉽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대들의 자살에는 사춘기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자살의 동기 중 입시지옥이나 학교성적 비관 등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들어 자살 책임을 이들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입시와 관련한 부모의 과잉 기대에 따른 10대들의 부담 등 정서적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원 모여중 3학년 김모양(14)은 「소원이던 전교 1등을 해 너무 기뻤지만 친구들이 따돌려 학교 가기가 무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25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의 집에서 음독,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7일 숨졌다. 김양은 9월 모의고사에서 전교 수석을 차지한 뒤 친구들이 「시험때 부정행위를 했다」고 수군거리는데 대해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대원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부산 모여고 3년 최모양(18)은 「어떤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잃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조사 결과 최양은 27일 오후 9시경 독서실로 가던 중 한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가 순결을 빼앗긴 뒤 혼자 고민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모여고 1학년 김모양(16)은 21일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때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두렵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 죽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서울 압구정동 모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김양은 평소 학급에서 5등 정도를 하는 우등생이었다. 전남 목포 모여고 1학년 김모양(17)도 23일 「학교가 지옥보다 싫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포 산정동 자신의 아파트 방에서 목을 매 숨졌다. 〈금동근기자·부산·화성〓석동빈·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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