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李明賢)교육부장관이 취임한지 두달도 안돼 산업대 전문대의 명칭자율화를 단행한데는 국회의 집요한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와 올해 3,7월 임시국회를 통해 『산업대가 교명에 「산업」이 들어있어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명 자율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그동안 『산업대는 나름대로의 설립 목적이 있고 정부혜택도 받고 있어 명칭을 바꾸기는 어려우며 학생들이 산업대와 일반대를 구분하지 못해 혼란도 우려된다』며 반대해왔다.
특히 3월 임시국회에서는 안병영(安秉永)전장관이 의원들의 요구가 계속되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자가당착」 등의 용어를 써가며 완강한 입장을 보여 파란이 일기도 했다.
▼96년 11월6일(정기국회)〓초당산업대 총장 출신인 배종무(裵鍾茂)의원은 K,D대가 88,95년 「산업」자를 뗀 것과 관련,『4년제인데도 이름 때문에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사립산업대라도 명칭을 자율화하라』고 요구했다. 설훈(薛勳)의원도 산업대의 취직난을 들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현 총리행정조정실장인 당시 이영탁(李永鐸)차관은 『학교경영자보다 학생 입장에서 명칭변경을 고려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일반대학으로 잘못 알고 들어갈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97년 3월6일(임시국회)〓의원들의 똑같은 요구가 계속되자 안장관은 『교육위소속 의원들이 모든 것을 무(無)로 하고 산업대를 일반대학화하자는 의견을 가진데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항의를 받았다.
『일부 대학은 로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안장관의 발언에 김중위(金重緯)의원은 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두 대학에 다시 산업대라고 붙이든지 다른 대학의 교명을 자율화하든지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고 안장관은 『명칭변경을 허용하면 법체계 혼란의 문제가 있고 두 대학을 다시 산업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버텼다.
▼97년 7월14일(임시국회)〓안장관은 『산업대는 일반대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자구노력만 했다면 상당히 발전했을 것』이라며 역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의원은 『참 답답한 말씀만 한다』며 『지원 안해도 좋으니 「산업」자만 떼고 3,4년 지나면 큰다는 것을 알고 행정을 하라』고 호통을 쳤고 배의원은 『일본도 단기와 4년제 대학으로만 나눌 뿐 산업대로 구분하는 나라는 없는데 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인철·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