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취업전선」나섰다…업체돌며 『제자채용』 호소

  • 입력 1997년 9월 8일 20시 22분


대학가에 몰아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대학교수들까지 치열한 「취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서울 D대 K교수는 이달 초부터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수업준비를 하던 예전과는 달리 우선 전화기부터 잡는다. 그가 전화하는 곳은 동문주소록에 적혀 있는 기업체 간부들. 취업난에 울고 있는 졸업반 학생들을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K교수는 대학 동문인 기업체 간부들에게 애원조로 취업 청탁을 한다. 전화 청탁만으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그는 오후부터는 아예 일부 수업을 휴강하고 동문들이 근무하는 기업체를 직접 찾아 다니며 졸업반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회사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줄 것을 호소한다. K교수는 『학생들의 취업 청탁을 위해 기업체에 다니는 동문과 후배들을 만나다 보면 교수로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졸업생을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킬 수 있다면 체면이 문제냐며 자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E대 L교수 역시 이달 초부터 수업보다는 기업체를 돌아다니며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만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인사담당자들이 학생들이 어떤 전공과목을 배우는지에 대해서 꼼꼼히 물어볼 때면 마치 내가 면접을 받는 착각이 든다』며 『직접 기업체를 돌아보니 취업난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H대의 경우는 학교당국이 모든 교수에게 아예 3, 4개씩의 기업체를 할당해 다음달까지 적어도 한차례 이상씩 담당 기업을 방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 대학 취업담당 교수는 『기업체를 방문하는 교수들에게 무조건 졸업생을 취업시켜 달라고 호소하기 보다는 졸업생 개개인의 자격증 소지 여부 등 장점을 미리 파악한 뒤 이를 적극 홍보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취업난이 더욱 심해 교수들이 일주일에 2, 3일간 서울에 올라와 묵으면서 평소 알고 지내는 기업체 간부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이현두·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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