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생하는 이용욱사장의 하루]사채얻고 발버둥쳐도…

  • 입력 1997년 8월 29일 20시 23분


경기 안산의 반월공단에 있는 삼신화학 李庸旭(이용욱·60)사장은 지난달 1억원의 사채를 빌려 썼다. 1백30여명의 직원 월급 1억8천만원과 상여금 50% 4천만원. 여기에다 불경기일수록 소홀히 할 수 없는 거래처에 대한 「인사」 비용 등 어느때보다 돈이 많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동차 수출이 안된다고 거래하는 대기업들이 대금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이곳에서 생산하는 부품 10가지중 2가지를 납품받는 기아마저 부도를 내자 형편은 더욱 나빠졌다. 거래은행마저 뻣뻣했다.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자금담당 상무가 거래은행들을 며칠간 돌더니 「방법이 없습니다」고 건의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복병을 만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후로도 자금사정은 계속 악화했고 재고는 쌓여만 갔다. 이번 달은 간신히 손벌리지 않고 넘겼지만 당장 다음달도 사채에 의지하지 않으면 넘기기 힘든 형편이다. 이번 추석 때는 지난달에 주기로 약속한 휴가상여금 잔여금 50%까지 합쳐 150%의 상여금을 줘야 하는 등 지난달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은행은 더욱더 움츠리고 신용보증기금 보증한도도 다 쓴 상태다. 『형님 다음달도 사채로 막아야 합니까』 23년간 한울타리에서 사업해온 신신화학 사장 金健雄(김건웅·56)씨의 물음에 이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형님 공장이야 튼튼하니까 걱정마십시오』 김씨의 위로에도 못내 개운치 않은 이씨의 속내.자동차 수출이 언제쯤 풀릴지, 기아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소기업체의 처지에서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괴감이 역력하다. 삼신화학은 반월공단내 50여개 도금업체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업체. 지난 65년 도금에서 출발한 삼신화학은 사출 도장 조립에까지 차츰 영역을 넓히고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와 거래를 트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 지난 94년11월과 지난해 11월에는 반월공단 안에 공장을 2개나 더 지었다. 품질을 인정받아 일본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도금업계의 행운아」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달에 이어 다음달에도 사채로 연명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씨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오랜 방황끝에 어렵게 일으킨 사업이 혹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정도』라고 불안해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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