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최 입을 막아라』…재계 「카지노리스트」공포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 카지노의 한국인 마케팅 책임자인 로라 최씨(42·여)가 구속된 뒤 기업인과 연예인, 폭력배 출신의 거물 도박꾼들 사이에 「로라 최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변호사를 통해 최씨에게 줄을 대 그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압수한 최씨의 도박 외상 장부에 올라 있는 인사는 모두 44명. 검찰은 그러나 이 장부 외에 최씨의 전화번호와 진술 등을 통해 추가로 40∼50명의 명단을 확보, 「로라 최 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모두 1백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중 재판에 넘긴 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 吳宗燮(오종섭)씨 등 10여명 외에는 「수사기밀」을 이유로 신분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이 사이 기업체와 연예가에서는 「누가 명단에 있다더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번져 나가고 있다. 최씨에게서 거액을 빌려 카지노를 한 당사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최씨의 외상 장부나 진술을 통해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는지 여부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중 3,4명은 최씨도 모르게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 변호사를 선임, 최씨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는 것. 변호사가 무료변론을 자청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트에 올라 있지 않은 유명 인사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명단에 있는지 여부를 묻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 수사관계자는 귀띔했다. 자신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인사들은 전국의 골프장을 돌며 줄행랑을 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도박 외상이 30만달러인 鄭源根(정원근) 상아제약 회장이 구속되는 것을 보고 더욱 깊숙이 숨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3일 검찰 인사에서 카지노 수사에 관한 한 「강성」으로 소문난 서울지검 柳聖秀(유성수) 외사부장이 지방 지청으로 발령되자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수사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고 일선 검사들의 수사의지가 굳건하기 때문에 도박꾼들은 계속 새우잠을 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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