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항소심]말문연 鄭씨,정치권 공세 돌변

  • 입력 1997년 8월 19일 07시 52분


실어증을 이유로 지난 4개월간 입을 열지 않던 한보그룹 총회장 鄭泰守(정태수)피고인이 18일 열린 한보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정치인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을 시인하는 등 태도를 돌변,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나왔다. 이같은 그의 자세는 정치권을 물고 들어가려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 배경과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추가폭로여부가 주목된다. 정피고인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黃仁行·황인행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96년 신한국당 黃秉泰(황병태)의원에게 준 2억원은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5백억원에 대한 사례금이었다』며 대가성을 시인했다. 정피고인은 이어 『황의원에게 97년 산업은행 3천억원 대출건이 성사되면 지구당내 예천전문대 출연기금 5억원을 추가로 내기로 약속했다』고 진술하는 등 황의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계속했다. 정피고인은 洪仁吉(홍인길)청와대 총무수석에게 준 10억원도 『적기에 대출해달라는 취지로 준 것』이라며 역시 대가성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이 『구치소에서 나를 만나 「당신은 무죄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은데 대해서는 『무죄여부는 법관이 판단할 일』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그는 『대농 진로 기아 등 다른 그룹들은 부도가 난지 두달이 지나도록 부도유예처분을 통해 회생시키려고 노력하면서 한보그룹은 부도통보 6시간만에 전격 부도처리한 것은 정치권의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며 음모론을 펴는 등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정피고인은 이날 실어증에 걸렸던 환자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고 강한 어조로 검사와 설전까지 벌였는데 검찰이 제2금융권 이자 액수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자 『검사님은 기업생리와 사채시장에 대해 전혀 모르니 명동 사채시장에 한번 가보라』고 말하는 등 기세가 등등했다. 또 정피고인은 『검찰에서 잠 안재우기 수사와 인격적 모욕도 받았느냐』는 변호인신문에 대해 당당하게 『그렇다. 세상만사 귀찮아서 하라는대로 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호갑·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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