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低고도 하강 불구 관제사 「침묵」의혹

  • 입력 1997년 8월 11일 21시 05분


괌 상공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사고기의 항적(航跡)을 밝혀줄 수 있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사고기가 괌공항 진입시 정상보다 낮은 고도에서 일정한 각도로 하강하다 뜻하지 않은 참사를 빚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현장에서 발견된 보조날개의 각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미합동조사반은 생존자 4명의 증언을 통해 사고기가 참사 직전 급강하하거나 요동치지 않았으며 「쾅」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난 뒤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는 것을 알아냈다. 한 승무원은 『평상시 비행과 차이가 없었는데 갑자기 뭔가와 충돌한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사고기는 괌공항 인근 니미츠힐의 미 해군 송유관에 처음 부딪쳐 「쾅」하는 소리는 이때 난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기가 추락한 지점에서의 정상 고도는 4백m로 추락 지점과는 약 2백m의 고도차가 있다. 전문가들은 비행기 고도가 10m만 갑자기 떨어져도 승객은 오금이 저릴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사고기는 정상고도보다 상당히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고 있었으며 갑작스런 돌풍에 의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조사반이 현장에서 수거한 주날개의 끝에 달려 있는 보조날개의 각도 또한 사고기가 일정한 각도로 하강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발견된 보조날개의 각도는 약 30도 아래 쪽으로 향해 있었다. 보조날개는 주날개 뒤에 연결돼 상하로 움직이면서 비행기의 상승 및 하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보조날개는 통상적으로 완만하게 하강할 때 15도, 최종 착륙단계에서 30도, 활주로 착륙시는 45도로 작동된다. 이는 사고기가 착륙을 시도한 것은 아니며 활주로 방향으로 일정하게 하강하다 추락한 것을 의미한다. 조사반은 이같은 정황과 개략적으로 추적한 항적에서 사고기가 착륙허가 시점에서도 정상항로보다 낮은 고도에서 일정한 각도로 하강하다 산을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제사의 역할이 주목된다. 관제사는 조종사가 착륙허가를 신청하면 레이더를 보며 착륙허가를 내준다. 괌공항의 레이더는 편명 고도 속도 등이 나타나는 3차원 레이더다. 관제사가 착륙허가 시점에서 레이더를 봤다면 사고기의 고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최저 안전고도 경보시스템(MSAW)이 고장났다는 사실만 밝혔지 관제사가 사고 당시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었는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제사는 실수에 대비해 보조관제사와 함께 근무한다. 괌공항 관제소는 레이더 화면상의 사고기 항적이 3백m 고도에서 사라졌다고 사고 직후 대한항공측에 밝혔었다. 관제사가 사고기의 항적을 추적하면서도 이를 적절히 조종사에게 알리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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