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가 괌 아가냐공항 인근에 추락할 당시 관제탑의 최저안전고도 경보시스템(MSAW)이 고장나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미국측도 이번 사고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항공 전문가들은 현장조사가 마무리되고 블랙박스 해독결과가 나오면 사고원인을 파악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살펴볼 때 공항시설 운영이나 관제업무에 일정 부문 과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착륙준비를 시작한 항공기에 비행각도를 알려주는 활공각지시기(GS)가 고장난데 이어 최저안전고도 경보시스템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중시하고 있다.
기상조건이 나쁘고 활공각지시기가 고장난 상태에서 설령 조종사가 판단을 잘못했더라도 최저안전고도 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사고 직전 조종사와 교신을 한 관제사도 중요하다. 만약 활주로 착륙위치를 잘못 유도했거나 조언을 잘못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는 항공기 이착륙의 모든 과정을 감시하는 관제소(사)측이 잘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괌 공항의 관제탑 업무는 민간요원이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은 미 연방항공국(FAA)의 면허를 소지하고 있고 FAA와의 계약관계에 따라 일하고 있으므로 미국측은 어떤 식으로든 관리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엔진결함 등 기체결함이 사고원인이라면 항공기를 제작한 미국 보잉사가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항공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고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데도 미국측이 당초 조종사 과실에 의한 사고가능성을 흘린 이유는 책임을 완전히 대한항공에 떠넘기거나 자국(FAA 관제소 보잉사)의 과실부분을 최대한 줄여 배상책임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