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원인은 열등감』…심리학적 분석논문 눈길

  • 입력 1997년 6월 26일 19시 47분


『오늘 나 백만원 벌었다』 백화점 세일에서 잔뜩 물건을 사들고 온 30대 주부가 남편에게 천연덕스럽게 하는 말. 할인된 액수만큼 번 것이나 다름없다는 계산이다. 한 대기업 간부의 부인(35)은 부부싸움 다음 날은 으레 백화점으로 달려간다. 신용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면 또 싸우고 다시 백화점행,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화여대 의대 이근후교수(정신신경과)가 제시하는 특이한 과소비의 형태들이다. 그는 『과소비는 개인의 인격이나 생활태도, 특히 열등감과 관련되며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환경과 얽혀 생기는 비정상적인 행동양태』라고 정의한다.

이교수는 병원과 소비자단체에서 수집한 과소비의 특이한 유형들을 세일형 부부싸움형 과대망상형 기분파형 음주형 등으로 분류했다.

주로 여성들에게 해당되는 세일형은 평소 눈도장을 찍어둔 고가품이 있는 매장을 순례한다. 할인율이 높은데 사지 않는 것은 어쩐지 손해보는 것 같다는 이도 있다. 부부싸움형은 「부당한」 남편에 대한 「정당한」 아내의 반발이 충동적 과소비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조울증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한 40세 남자는 자주 자신이 재벌이라는 환상에 빠진다. 과대망상형의 한 경우인 이 사람은 재벌이면 재벌답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유쾌해지고 마구잡이로 물건을 사들이게 된다. 감정의 기복에따라 평소의 검약습관이 무너지는 기분파형들이 의외로 많고 술만 마시면 필요없는 물건까지 사들이는 음주형도 있다.

이교수는 과소비의 원인으로 △경제적 여유 △산업사회가 만들어 내는 유행에 따른 사회적 풍조 △자신의 분수에 대한 무지 △열등감 해소 △충동적 성격 소유자들의 행동통제 불능상태 △우울한 기분을 풀기 위한 정서적 욕구 등을 들었다. 이교수는 이같은 분석 결과를 담은 「과소비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7월2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소비자시민모임 주최의 「한국인의 소비생활을 진단, 처방한다」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발표한다.

〈강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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